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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에 일렁이는 그림자 - 첫 장 1 덧글 0 | 조회 3,924 | 2012-02-21 00:00:00
노승머프  


여인의 고운 눈썹같은 초승달이 밤하늘에 매달려 있고


쏟아질듯한 수 많은 별들이 하늘 가득 자태를 뽑내고 있는데


살랑이며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한 여인이


어둠에 묻혀가는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볼그스레한 볼에는 한 줄기 뜻 모를 눈물이 흘러 내리고


단아한 치마는 외로운 바람과 더불어 가볍게 흐날린다.


오늘로써 몇일인가. 님이 떠나신지 몇일인가.


지난 정월 대보름 보름달이 휘엉청 뜨는 날 떠나셨으니


벌써 일년하고 몇달이 지났는가.


복사꽃도 시들고 산엔 녹음이 치성해지니 오월인가 유월인가.


애처롭다. 이 신세.


포구에는 당나라로 가고 오는 배가 여럿 있건만 오늘도 나의


님은 보이지 않았다. 가는 데 15일 오는 데 10일 머무는 데


두 달이라 시더니 이미 다섯 곱절이 지났건만 님의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타고 가셨던 무역선은 벌써 두번째 당나라를


갔다 왔건만 어이해 내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속병 앓은 처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승달은 힘없이


빛을 버린다.


부끄럼 가득한 처녀가 거칠은 뱃사람들에게 선뜻 님의 소식


묻기 어려워 이제나 저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기다리건만


멀리서 아무리 두눈을 치켜뜨고 바라보아도 귀를 쫑긋거리고


소리를 모아도 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기필코 물어봐야 겠다 되뇌이며 먼 산을 뒤로 하고


처녀는 애달픈 마음을 삭이면서 물이 빠진 갯벌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집은 갯벌 끝자락에 있는 얕은 산 속에 포근히


앉혀 있어 정답기 그지 없으나 오늘 처자의 마음에는 깊고 깊은


산골의 외로운 절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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