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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에 일렁이는 그림자 - 첫장 2 덧글 0 | 조회 3,669 | 2012-02-21 00:00:00
노승머프  


누구에게 물어봐야 되나. 배 주인인 선주에게 아니면


뱃사람들에게. 하여튼 가자. 배가 들어 왔으니 배 있는 가까운


곳으로 가서 나의 님인 한채운을 아시냐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밤을 지새운 뒤


아침 일찍 영랑 처녀는 배가 들어온 포구를 향하여


무겁지만 설레이는 마음으로 십오리 길을 걸었다.



나즈막한 산등성이 사이로 뚫린 길을 따라 초가집들이


듬성듬성 모여있는 벌판을 지나 누가 볼까 두려워


조신하면서 꿈에도 못잊을 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님의 소식을 듣기 위해.



해는 벌써 남녁 하늘로 향하고 있고 오뉴월의 날씨는


속 옷에 땀기운을 맺히고 있지만 영랑 처녀의 마음은


가까이 다가오는 포구에 묶여있는 배로만 향한다.



집채만한 배는 바다위에서 한가롭게 흔들리고


짐꾼들은 연신 배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짐을 포구쪽으로


나르느라 분주하였다. 배 가까이 다가간 처녀는


조심스러운 거동으로 막 배에서 내려오는 짐진 이에게


물었다.


"저 잠시만요. 배의 선주좀 가르켜 주시겠는지유."


짐진 이는 자기는 모르니 턱끝으로 배 위에 서서


보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거기가서 물으라고


말하면서 이내 발길을 옮겼다.



처녀로써 무턱대고 배 위로 올라갈 처지가 아닌지라


영랑 처녀는 배머리에 서서 짐꾼들의 하역 작업을


감독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서 약간 큰소리로


외쳤다.


"저 이 배의 선주가 어디에 게시쥬."


뱃사람은 약간 허리를 숙여 주의를 기울이는 듯 하면서


대꾸했다.


"뭐시라고유."


이 번에는 좀 더 크게 천천히 말했다.


"이 배의 선주님이 배에 계신가유."


"지금 배에 없는디유."


"어디 가셨셔유."


"아마 포구에 있는 객사에 계실지 몰라유."


순간 낙심한 영랑 처녀는 인사를 하고 포구로 발을


돌리려다 주춤거리고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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