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더 필요한게 없어유"
"말해 뭐하나. 있는 것들 몽땅 싸게싸게 내오란 말이제."
한 사내가 맞받아 던지자 주모가 웃으면서 말하길
이 처자가 선주님께 물어 볼 것이 있는디 지금 선주님이
외출중이니 대신 잠깐들 들어보고 알면 가르쳐 주라
말하곤 주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모와 농을 주고받던 사내가 조금 떨어져
있는 처자에게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하면서 말했다.
"우리 선주님께 뭘 알아보려고 그런단가."
처자가 조심조심 한발짝식 다가가면서 말했다.
"작년 정월 대보름에 저 바다에 떠있는 상선에
한채운이란 장사꾼이 탔는데 그 사람이 여직 돌아오지
않아 소식을 좀 알아보려고 왔는디유. 혹시 작년 정월
대보름에 떠난 배에 타신 분이 계신가유."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어깨가 넓은 땅땅한 체격의
다른 사내가 처자에게 말했다.
"나가 작년에 그 배에 탔었는데요. 이름이 한채운이란
장사꾼이라 했나요."
"예. 아저씨."처녀는 기쁜 마음으로 얼른 대답했다.
"혹시 소식을 아시는 감유."
"글쎄요. 우리 뱃일 하는 사람들하고 장사꾼들하곤
접촉이 많지 않아 이름을 잘 몰라요. 근데 사람들이
한 총각이라 부르던 약간 호리호리한 체격에 가냘픈
얼굴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찾는 사람인지는
모르겠군요."
"아. 그래요. 그 한 총각이란 분이 혹시 손이나 목에
염주를 차고 있지 않던가유. 그라면서 가끔 관세음보살을
흥얼거리지 않던가유."
"잠시만요. 관세음보살이라." 사내가 말을 이어갔다.
"맞아요. 어설프게 기억나요. 가끔 갑판을 지나다 보면
한 총각이라 불리는 이가 염주를 돌리면서 뭔가 중얼
거리는 걸 본 것 같아요. 그래요. 틀림없어요. 근데 왜
그 총각을 찾는가요."
화색이 활짝 핀 얼굴로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처자가
대답했다.
"작년 정월 보름에 떠날 때 세달 뒤에 돌아온다고 약속
했는디유. 벌써 한 해하고 세달이나 지났는데 돌아오
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어서 기다리다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당나라에 갔던 상선이 포구에
들어왔다기에 이제나 돌아왔나 싶어 나와봤지만
한채운 도령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어 직접
배에 가서 선주님을 만나뵙고 소식을 물어볼려고
왔시유."
뱃사내는 술을 한 사발 들이키고서 짠지를 입에 물
면서 말했다.
"나가 본 것이라곤 당나라 산동에 있는 포구에 도착해
내리는 장사꾼 가운데 호리호리한 한 총각이 있었다는
것이며 나가 들은 것이라곤 백제로 돌아갈 날이 다가
오는데 한 장사꾼이 오지않아 몇일을 더 대기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주변 동료 이야기로는
결국 그 총각이 배에 타지 못했고 배는 출발했다는
겁니다."
순간 영랑처녀의 설레이며 두근거리던 마음은 싸늘하
게 식어가면서 등줄기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간신히 버티면서 그 사내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