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나눔터 > 자유게시판
물결에 일렁이는 그림자 - 첫장 5 덧글 0 | 조회 3,553 | 2012-02-21 00:00:00
노승머프  


아저씨. 곰곰히 생각 좀 해 보세유. 기억을 더듬어 보면 더


생각나는 것이 있을지 몰라유.


조용히 한 잔 더 비우던 사내는 애처롭게 서 있는 처자를


바라보면서 동료들과 왜 그 총각이 타지 않았을까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정확한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 뒤에는 별로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나로서는 더 이상의 정황을 알지 못하니 선주님이 돌아오면


선주님에게 물으라고 하고 말을 맺었다. 둘러 앉아 술잔을


나누던 뱃사내들도 자신들이 아는 아는 내용은 없다하며


여기서 선주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던가 아니면 내일 다시


와보라는 말을 건네고는 자신들의 대화로 빠져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 서로 다름이 이런 것인가. 희망의 끈이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나는 파도처럼 허물어져 흩어져 가는


느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영랑처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아니 하염없이 주책없는 눈물이 맑고 고운


눈자락을 벗어나 정처없이 흐르고 있었다.


아. 내님아. 이게 무슨 말인가.


당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예정된 귀향 배도 타지


아니하고 도대체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님은 나의 슬픔과 절망을. 나의 그리움을 아는가.



사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주막 안쪽으로 얼굴을


드리밀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테니 선주님께 내가


온다는 말을 전해 달라하고 객사의 사립문을 빠져 나온


영랑처녀는 공중에 붕 뜬 곡예사 마냥 발이 닫고 있는지


어디 가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한 낮의 때약볕을 맞으면서


마냥 걸었다. 얼마나 걸었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마음은 막막함으로 미어지는데 초여름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었다. 낯 선 풍경에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


보니 망망대해로 나가는 대수지만의 초입에 있었다.


바다는 저리 아름답고 이쁘건만 이 바다를 건너 간 내 님은


어찌 이리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애절한 마음을 달랜 영랑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실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서둘러 돌아섰다.



저녁 때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온 딸을 보고 어머니는


어디 갔다 이제 오나 질책하면서 빨리 저녁 밥을 앉히라


하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저녁 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나뭇가지를 집어 넣던 영랑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불꽃 속에 휘날리는 모습과 더불어


상념에 젖어든다.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