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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에 일렁이는 그림자 - 둘째장1 덧글 0 | 조회 3,372 | 2012-02-21 00:00:00
노승머프  


백일홍이 꽃봉우리를 터트리는 6월 중순 백제 대수지현 장터에


장이 섰다. 늦봄과 초여름의 화창한 날씨는 오가는 사람의


마음을 풀어 헤치고 사방에서 몰려든 장사꾼과 물건을 사러


붐비는 사람들의 왁짜지껄한 소리는 멀리서 장터를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들뜨게 하였다. 영랑처녀는 어머니와 함께


장터 초입에 들어서서 신명나게 외치는 장사꾼들의 호객소리를


들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어머니가 장사꾼들과


흥정하는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었다. 필요한 장거리를


거의 다 사신 어머니는 가족들의 옷감을 구입하기 위해 포목상


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포목상에 도착한 모녀는 이런저런 옷


감을 구경하고 고르면서 주인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등뒤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 전해주고 왔느냐."


"예. 그런데 내년 봄 쯤에 비단과 노리개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준비 좀 해달라고 하던데요."


"알았다. 여기 아주머니가 옷감이 필요하시다고 하니 네가


골라드려라. 나는 잠시 나갔다 오마."


"예. 다녀오십시오."


아버지를 배웅하고 모녀에게 다가온 젊은 사내가 말했다.


"어떤 옷감이 필요하신지요."


어머니가 다가오는 젊은 사내에게 말했다.


"삼베 한 필이 필요한디유."


한 필이라 읖조리면서 젊은 사내가 눈길을 돌려 영랑처녀를


바라 보았다. 눈길이 마주친 영랑처녀는 약간 부끄러운 듯


볼에 홍조를 띠며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그 모습을 본 젊은


사내는 내심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심히 용모를 살펴


보았다. 절세미인의 용모는 아니지만 반듯한 이마와 짜임새


있는 이목구비와 전체적으로 둥굴며 포동한 얼굴은 귀한


상호에 가깝다고 여겼고 호감이 일었다. 가끔씩 눈을 들어


바라보던 영랑처녀는 사내의 지속되는 눈길에 어쩔줄 몰라


하면서 얼굴은 더욱 홍조를 띠고 마음마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딸에 대한 젊은 사내의 눈길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한마디 건넸다.


"총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왜간남자가 처자의 얼굴을


그리 뚫어지게 처다보면 되겠시유. 어서 삼베나 보여


주세유."


약간 당황한 듯 젊은 사내가 옷감 무더기를 헤치면서 삼베를


꺼내 보여 주었다. 어머니가 옷감을 살피는 사이 영랑처녀는


살짝살짝 젊은 사내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밝은 듯하면서


슬퍼보이는 쌍커플진 눈매와 가냘푼듯한 얼굴은 묘한 매력


이 있어 보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보통 키의 건강한


용모를 갖고 잇다고 보았다. 젊은 사내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약간 들 뜬 생각에 빠져 있는데 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영랑아 이제 다 됐다. 네가 필요한 게 잇으면 말하려므나.


여기 노리개가 많이 있는데 혹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골라 보거라."


"됐시유. 어머니 필요없어유."


영랑은 어머니와 젊은 사내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젊은 사내가 말했다.


"낭자 우리 가게에 여자분들이 좋아하시는 노리개가 많이


있으니 한번 골라보세요."


영랑은 짐짓 관심이 없는 척하며 말했다.


"정말 필요없으닌께 어머니 가사지요."


"그럼 가자꾸나."


어머니가 말하면서 돌아서려 하자 사내가 노리개 좌판에서


알른 팔찌를 하나 꺼내들어 영랑에게 받으라고 건네주며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이건 앞으로도 우리 포목상을 자주 이용해달라고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러니 따님에게 받으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세요. 그럼 얼른 받으려므나. 아바지가 기다리시겠다.


빨리 가자."


머뭇거리면서 팔찌를 받아든 영랑은 영랑은 젊은 사내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곤 베필을 들고 어머니를 따라


나섯다. 젊은 사내는 가게 앞까지 나와 밝은 미소를 띠며


두 모녀에게 배웅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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