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스님 토굴가
일만 일 모두가 꿈 아님이 없음을
홀연히 깨달아
주장자 짚고 물병과 발우대 둘러메고
깊이 구름 숲 속에 찾아 들어가니
온갖 새 지저귀고
돌 틈에 흐르는 샘 골골골
천 길이나 되는 늙은 소나무와
백번이나 얽힌 등 칭넝쿨 속에
두어 칸 띠집을 지으니, 한가지 나의 벗으로
때로는 구름과 안개에 나아가 읊조리며
때로는 향을 사르고 고요히 앉았으니
진세의 티끌이 다시는 침범함이 없음이로다
비고 심령한 한 마음에
만 가지 이치가 소상하게 드러나니
무릇 이것이 세상에 제일등 사람이 되었도다
술 가운데 산 신선의 술을 마시어
흠뻑 취하고
삼라만상을 한 도장으로 찍은 연후에
재 머리 흙 얼굴로
방초 언덕에 노닐면서
한 곡조 젓대소리 라라리 리라리나리